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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크아크가 노잼인 이유. 장문주의. 본문

사람 사는 이야기

로스크아크가 노잼인 이유. 장문주의.

사까라무 2018. 11.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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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루하다는 것이다.


 어떤 병신들은 만렙을 찍으면 재밌어진다는데, 게임이 시발 만렙 이전에도 재밌고 이후에도 재밌어야지, 이후부터만 재밌게 만들 거면 만렙부터 시작하게 하던가. 만렙 이전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 건데 그러면?



 어쨌든 그런 병신들은 제쳐두고 만렙 이전이 왜 지루한지를 2000년대 명작 RPG게임과 비교하면서 적어보겠다.



 일단 게임 시스템부터 까자.

 이 게임은 사냥이 노잼이다. 핵앤슬래시인지 개시발인지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해준 덕분에, 잡몹 사냥이 모두 동일한 양상으로 진행된다.


 몬스터를 드리블한다.

 적당히 뭉쳐진 몬스터한테 스킬을 있는 대로 날린다.

 5초도 안 돼서 순삭하고 개미 눈꼽만큼 경험치를 얻는다.


 이게 한두 번 반복돼야 시원시원하고 좋은 거지. 수십 번 반복되면 질려서 그냥 노동처럼 느껴진다.



 왜 사냥 양상이 이런 걸까?



 핵앤슬래시이기 때문에 '1 대 극다수' 전투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몹이 존나 많으니까 대신 한 마리 한 마리는 약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몹이 존나 많아서 플레이어가 맞았을 때 피격 모션이 있었다간, 한 대 쳐맞고 경직되고, 그 경직 풀리기 전에 또 쳐맞고, 운 좋게 풀려서 도망가려 하자마자 다시 쳐맞아서 하루 종일 서서 맞고만 있어야 된다. 그래서 피격 모션이 없음.


 결국 잡몹 데미지가 허접이고 피격 모션까지 없으니까, 잡몹을 상대로는 무빙을 안 해도 됨.

 그냥 내 스킬만 맞추면 되는 거임.


 이건 마치 샌드백을 때리는 거 같아서 재미가 하나도 없다.



 던전 앤 파이터 떠올려봐라. 2000년대 중후반 옛날 던파를.


 잡몹한테 무빙 안 하고 내 스킬만 때렸다간, 보스방 앞에 가기도 전에 피 다 떨어져서 뒤진다.

 그래서 꼭 몬스터마다 알맞은 대처를 해야 한다(물론 그게 어렵진 않음.).


 잡몹 패턴이 다양하고 나름 로그라이크 게임이라서,

 항상 달라지는 몬스터의 종류와 수, 배치에 따라 매번 다른 대처를 떠올리고 실행해야 한다.


 절대 가만히 서 있는 샌드백 앞에서 QWER ASDF키를 있는 대로 누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재밌다.




 플레이어들은 머리와 손을 써야 하는 과제를 원한다.


 "10초 안에 스페이스바를 스무 번 누르십시오. 성공하면 경험치 50과 500골드를 보상으로 얻습니다."

 이런 단순무식한 과제는 재미없다.



 나는 그냥 핵앤슬래시 컨셉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로스트아크에서는 핵앤슬래시가 잘 활용되고 있는 거 같지 않다. 시원시원하다는 장점은 잠깐뿐이고, 튜토리얼을 채 깨기도 전부터 사냥이 지나치게 단조롭다는 단점만을 느끼게 된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다. 로아갤 개념글을 보면 핵앤슬래시 도입에 실패했다는 주장이 무척 많다.


  본인은 디아블로3 같은 '진짜' 핵앤슬래시 게임을 안 해봤다. 그래서 이 시스템 자체가 노잼이라고 하는 것이, 폐지하자고 하는 것이 섣부른 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로아 개발진이 핵앤슬래시를 좆같이 활용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는 그냥 폐지했으면 좋겠다.


 몬스터 한 마리 한 마리를 지금보다 쎄게 해주고, 종류마다 제대로 된 패턴도 만들어주는 대신 몬스터의 숫자를 줄인다면 훨씬 낫지 않을까?

 그럼 다양한 패턴의 몬스터들에게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는 과제가 생기잖아. 유저들은 그런 걸 원해.




 그리고 레이드에 대해서

 보스몹 사냥이 존나 병신 같다.


 일단 패턴이 성의 없다.


 던파의 타우비스트라는 보스몹은 깍지를 끼고 손을 머리 위로 든 다음에 조금 있다가 앞을 내리찍는 패턴이 있다.

 몬스터의 개성을 살렸으며 간지 나는 공격 패턴이다.


 근데 로아는?

 보스몹 주위에 빨간 원이 생성된 다음, 1초인가 있다가(시간도 존나 짧음) 검은 연기가 확 퍼지면서 엄청난 데미지가 들어온다. 한 놈이 아니라 많은 녀석들이 이 패턴을 가지고 있다.


 몬스터의 컨셉과 아무 관련 없고 간지도 안 난다.


 던파의 알비노 고블린 키놀, 결빙의 케라하, 화염의 비노슈 같이 매력적이고 개성 있는 보스들과 비교해보자. 얼마나 병신 같은가?

 (솔직히 던파 거기까지 안 해본 사람은 없잖아.)



 근데 로아는 보스가 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미도 없다.

 다시 말하지만 패턴이 존나 성의 없다.


 특별한 공략법이랄 게 없이, 그냥 옆으로 피하기만 하면 되는 패턴.

 다만 그 공격을 못 피하면 한 방에 죽는 어마어마한 데미지.


 난이도를 억지로 높여 놓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시시각각 닥쳐오는 어려운 패턴에 우리가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대처하길 원하는 거지.


 '3초 안에 Z키를 20번 누르십시오.'

 '3초 안에 H키를 25번 누르십시오.'

 '3초 안에 Y키를 22번 누르십시오.'


 이런 단순무식하지만 성공하기 힘든 과제들로 보스 사냥을 구성해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선택지가 존나 강제적이다.

 당구를 보면 어떤 상황이건 최적의 경로, 정답은 대부분 하나다. 하지만 실제론 꽤나 여러 가지 경로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다.

 롤도 마찬가지다. 최상의 판단은 하나이며 당연히 그게 정답이지만, 하나의 목표를 유저 개개인의 여러 가지 창의적인 작전으로 성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발 같은 게임은


 1. 보스몹이 공격을 준비한다. 빨간색 원 같은 걸로 표시가 된다.

 2. 옆으로 즉시 피한다.

 3. 공격이 끝나면 다시 붙어서 때린다.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게, 해야 하는 게 이거 밖에 없다.


 '말뚝딜 박다가 한방 패턴 피하기'의 무한 반복.


 게임에서 시키는 대로 노동해야 하는 느낌이다. 플레이어가 게임을 수동적으로 해야 한다. 이러면 당연히 지루해진다.


 모든 RPG가 그런 거 아니냐고 쉴드 칠 돌대가리 시발년들 있을 거 같은데. 말뚝딜이 문제라고 병신 같은 새끼들아.

 로스트아크 쉴드 치는 사람 중에 정상적인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반박을 하고 싶어하는 쿨병찐따 느낌이다.


 보스한테 맞았을 때 다운이나 에어본을 안 당하는 공격이 많다. 보스에게 맞아도 맞은 거 같지가 않다. (몰입도도 엄청 떨어진다.)

 그런 공격은 대게 딜도 약하다. 이런 자잘한 데미지는 그냥 포션으로 커버하면서 말뚝 박는 게 짜세다. 한 방기를 제외한 대부분의 패턴들이 무의미하다.

 이래서 말뚝딜을 박아야만 돼.



 다양한 공격을 원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피하고 싶다. 몇몇 공격은 장판으로 안 알려줬으면 좋겠다. 몬스터의 모션을 보고 우리가 직접 추측하고 싶다.


 그리고 샌드백을 치다가 누가 경고하면 잠시 뒤로 피해있고, 곧 제자리로 돌아와서 다시 샌드백을 쳐야 하는, 그런 사냥 방식은 지루하다.


 만렙 찍으면 보스 잡아서 템 맞추는 게 주 컨텐츠일 텐데, 지금 보기에는 만렙 찍는다고 한들 재밌어질 것 같지도 않음.





 커다란 문제가 하나 더 남았다. 바로 '보상'이다.

 RPG게임은 원래 과제를 달성하고 보상을 받는 맛으로 하는 것이다.

 내가 노력을 하면 노력한 만큼 내 캐릭터가 강해진다. 이것이 RPG게임에서의 보상이다.


 그런데 이 좆망겜은 보상이 매력적이지가 않다. 레벨과 아이템, 두 가지를 차근차근 살펴보자.



 레벨업에 대해선 메이플 스토리를 예로 들겠다.


 메이플 역시 몬스터들에게 패턴이 없고, 그저 부딪치면 피가 다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내가 위에서 대차게 깐 핵앤슬래시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왜 메이플은 재밌는가? 그건 바로 유저 입장에서 레벨업이 커다란 보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샌드백 같은 몬스터한테 MP포션 빨면서 2시간 내내 매직클로를 쓸 의욕이 생기는 거고, 또 그러다가 결국 레벨업을 했을 때의 쾌감이 엄청난 것이다.



 레벨업이 왜 커다란 보상으로 느껴질까? 그건 2가지 때문이다.


 하나, 더 강한 몬스터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둘,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다.



 메이플은 몬스터들의 컨셉을 잘 잡아 놓았다. 달팽이류 몬스터, 버섯류 몬스터, 스텀프류 몬스터같이.


 나무 밑동에 눈알이 하나 박혀 있는 몬스터인 스텀프. 이 스텀프는 그냥 스텀프와 까만색 스텀프, 도끼가 박혀있는 스텀프 세 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얘네의 사냥터는 서로 가깝다. 그래서 그냥 스텀프는 잘 죽이지만, 까만색 스텀프한테는 오히려 죽는 레벨의 플레이어가 두 몬스터를 한꺼번에 겪게 된다.

 비슷한 외형 덕분에 몬스터 간의 힘의 우위가 더 직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머릿속에 강한 몬스터라는 게 확실히 기억된다. 나중에 레벨업을 하면 까만색 스텀프한테도 딜이 팍팍 박히게 되고, 그럴 때 레벨업을 했다는 게 체감이 돼서 레벨업이 큰 보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런데 로스트아크는 몬스터 체계가 근본이 없다.

 마치 몬스터 디자인 공모전에서 심사위원이 딱 보고 쓰레기 같다 생각해서 획 집어던진 낙선작들을 모아다가 랜덤으로 배치해 놓은 느낌이다.

 게다가 자유도 없이 정해진 퀘스트를 깨야하다 보니 더 강한 몬스터가 있는 사냥터에 가는 건 시간낭비다. 그래서 굳이 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강해졌다는 게 체감되지 않는다.


 이 단계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플레이어는 자신이 올라간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근데 몬스터 체계에 근본이 없다.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사냥터에 정체성이 없어서 3D 게임인데다가 개발진이 배경에 돈도 시간도 많이 들였을 텐데, 유저 입장에선 모험하러 돌아다니는 맛이 안 난다.)




 그리고 새로운 스킬에 대해서.


 이 게임은 화려하고 성능이 좋은 스킬을 너무 일찍 준다. 그리고 스킬들에 차별성이 없다.


 메이플이랑 던파하다가 제일 흥분되는 순간이 언제였는가? 바로 새 스킬 배워서 써먹을 때 아닌가?

 시시한 스킬만 쓰다가, 성능 좋고 화려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커니즘의 스킬을 쓰게 되는 것은 매우 재밌는 경험이다.


 던파 거너를 예로 들자.

 니킥 밖에 쓰지 않다가, 게틀링 건을 쓰게 되고, 바베큐라고 해서 니킥으로 적을 뛰운 다음 공중에 있는 적에게 게틀링 건을 쓰기도 하고, 작은 자폭 로봇을 소환하거나, 제자리에서 윈드밀을 돌기도 한다.

 각각의 스킬들이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쪼렙 땐 각기 다른 상황에 두 가지 선택지(평타, 니킥) 밖에 못 고르다가 게틀링 건이라든지 윈드밀이라든지 점점 선택지가 늘어가는 맛이 있다. 전투 상황이 갈수록 다채로워지는 재미.


 그런데 미친 로아는 그런 느낌이 안 들어.

 스킬들이 각자 다르긴 한데 그렇게 다르지는 않아. 마치 메이플에서 10레벨 법사는 빨간색 매직클로를 배우고, 20레벨 법사는 데미지 좀 더 높은 주황색 매직클로를 배우고, 30레벨 법사는 그것보다 데미지가 좀 더 높은 노랑색 매직클로를 배우고 …… 70레벨에는 보라색 매직클로 배우는 느낌임.


 그게 그거라서 새로운 스킬을 배웠다는 흥분이 안 생겨. 


 게다가 애초에 각기 다른 상황 자체가 안 생기는 것도 있어. 상술했다시피 모든 전투가 말뚝딜로 시작해서 말뚝딜로 끝나니까.


 그냥 샌드백 앞에서 각기 다른 모션의 제자리 춤을 추면 샌드백이 조금씩 다른 데미지를 받는 느낌이야.


 그래서 새로운 스킬 배우는 것도 별 재미는 없어.



 이래서 레벨업이란 보상이 매력이 없어.

 지루한 사냥 꾸역꾸역하면서 노력했는데, 보상이란 게 고작 이딴 거야. 아무 흥분도 즐거움도 불러일으키지 못해.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보상, 아이템도 문제다.



 쪼렙 때 얻는 템부터가 무척 삐까뻔쩍하며, 이 템들만 껴도 잡몹이 순삭이기 때문에 좋은 아이템에 대한 욕구 자체가 안 생기고, 사실 특별히 좋은 아이템이랄 것도 없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한 노가다는 아주 좋은 컨텐츠다. 그런데 이 게임은 스스로 저렙 구간에서는 그 컨텐츠가 존재하지 않도록 설계해서 50레벨 이하 유저에게 '지루함'과 '자유도가 없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시시한 아이템을 끼다가 노가다를 한 보상으로 더 간지나고 성능도 좋은 아이템을 얻는다.

 이건 RPG게임에게는 너무나도 필수적이고 당연한 컨텐츠인데....




 보았듯이 잡몹이란 이름의 샌드백을 죽이고, 보스라는 이름의 샌드백을 죽여도 받는 보상은 매력이 없다.


 이 RPG 게임은 뭐하러 존재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 게임을 왜 하는 걸까? 이게 일 년 뒤에도 남아 있을까?



 커스터 마이징이니, 더빙이니 게임에 곁다리 같은 부분은 오질라게도 풍성하게 만들었으면서 정작 RPG 게임의 핵심 3요소인 '몬스터, 스킬, 아이템'에는 쥐뿔도 인건비를 쏟지 않았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이건 유저를 개좆으로 본다기보다는 그냥 개발진이 게임 제작에 재능이 없는 것 같다. 개발진을 욕할 게 아니다. 그냥 지들 주제에 비해 너무 기대하게 만든 홍보진을 욕해야지.



 그리고 병신 같은 상호작용 좀 패치했으면. 배틀 그라운드 파쿠르처럼 좀 자연스럽게 넘어가야지, 왜 꼭 정해진 장소, 그것도 콩알만 한 곳을 정확히 클릭해서 굳이 G키를 눌러야 하냐.

 그냥 끊어진 다리 끝부분 아무데나 서 있다가 반대편 다리 광클하면 자동으로 넘어가게 해놔야지. 존나 번거롭기만 하고 왜 만들었는지 1도 모르겠음.